로봇팔을 알고싶다

002. 방향과 좌표계에 대해서.. (2)

movabro 2021. 3. 27. 18:59

본 카테고리의 제목은 '로봇팔을 알고싶다.' 이다. 그러면서도 예상독자를 '로봇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으로 설정하였다.

 

물론 첫 주제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 예상독자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긴 하지만, 예상독자가 선정되었으니, '로봇팔을 알고싶은 사람'이 '방향과 좌표계'에 대해서 알아야 할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고자 한다.

 

왜 로봇팔을 알려면, 방향과 좌표계에 대해서 알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로봇팔이 하는 작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로봇팔에게 기대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나를 대신해서 작업들을 해주는 것이다.

  • 나 대신 청소를하고, 빨래를 하고, 밥을 해주는 로봇 (아직)
  • 나 대신 위험한 장비들과 함께 공장의 작업라인에서 용접, 도색, 조립들을 해주는 로봇 (현실적)
  • 나 대신 재난현장에서 사람들을 구출해 주는 로봇 (아직) 

위 작업들은 실제 로봇이 할수 있는 일(하고 있는 일)들도 있고, 아직은 하기 힘든일(하려고 노력중인 일)들도 있지만 물리적으로 로봇과 환경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예를 들어 위와같은 일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로봇팔은, 사람이 손으로 물체를 들고 핸들링 하듯, 로봇팔 끝(말단)에 달린 도구를 활용해 물체를 핸들링 한다.

  • 물건을 집거나 놓고 (식재료를 냄비에 넣기, 빨래감을 세탁기에 집어 넣기,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기)
  • 물건을 집은 상태에서 다른 환경에 반복적으로 접촉하고 (걸래를 집어 바닥에 문대기)
  • 물건을 집은 상태에서 특정 방향으로 끼워 넣거나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 
  • 도구를 특정한 라인을 따라서 이동시키며 작동시키는 등 (용접 라인을 따라 용접, 일정한 패턴으로 풀칠,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도장)

사람은 로봇에게 위와같은 작업을 하도록 시킬수 있지만, 로봇에게 작업을 시키기 위해서는 다시 사람의 노동이 들어간다. 사람이 로봇에게 작업을 가르치는 일을 교시(teaching)라고 하는데, 이 교시작업은 사람에게 일을 시킬때와는 '말'을 사용할 수 없다.

 

로봇이 사람의 말을 쉽게 알아먹는다면 참 좋을텐데, 아쉽게도 현재의 로봇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현재의 로봇에게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작업을 지시해 주어야 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로봇에게 일을 시켜보는 일을 해 보면 영화에 나오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로봇이 실제로는 아직 상당히 멍청하다는 것을 바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형뽑기 기계에게 인형을 뽑는 일을 시킨다고 생각해 보자.)

 

일단 공장이나 상업용으로 사용하는 로봇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인지를 하지 않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고, 사람이 교시한대로 관절을 움직이는 꼭두각시 상태라고 하면 되는데, 때문에 로봇팔이 움직이면서 하는 일이란 본질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이게 과연 본질이 맞냐? 라고 반문할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이게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로봇팔의 끝에 달린 툴이 특정한 위치와 방향으로 가도록 로봇팔의 각 관절에 있는 모터를 움직이는 것 

위에서 언급한 어떠한 작업을 할 때라도, 로봇팔이 사람으로부터 받는 명령은 다음의 명령들과 비슷한 것들일 것이다.

  • A점에서 B점으로 방향 유지하면서 직선으로 이동해
  • B점에서 1초 기다린 다음 방향 유지하면서 C점을 중심으로 직경 10cm 인 원호 그리면서 이동해
  • C점에서 x축으로 15도 회전하면서 D점으로 이동해

위에서 방향을 유지하면서, x축으로 15도 회전하면서 등과 같이 방향을 특정해주지 않으면 로봇은 움직일 수 없다. 특정 위치와 특정 방향으로 특정 속도와 가속도를 가지고 움직이도록 명령하는 것이 로봇이 하는 일의 본질이다.

 

때문에 '로봇을 알고싶다' 카테고리에서 '방향과 좌표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